Chapter 04 · 기초 · 신호처리

샘플링은 또 하나의 변조다

시간축에서 곱하면 주파수축에서는 복제가 생깁니다. 변조도 샘플링도 같은 연산이어서, 측파대가 접히는 조건과 나이퀴스트 조건은 같은 식입니다. 두 조건을 비교할 때 기준이 되는 값은 대역폭입니다.

변조와 샘플링은 같은 곱셈이다

시간 영역의 곱셈은 주파수 영역의 컨볼루션입니다. 무엇과 곱하느냐만 다릅니다.

AM 변조 · 반송파 하나와 곱한다

x(t)\cos(2\pi f_c t) \;\longleftrightarrow\; \tfrac{1}{2}\bigl[X(f-f_c)+X(f+f_c)\bigr]

반송파 양쪽에 스펙트럼 복제본이 하나씩 생깁니다. 이것이 상·하 측파대입니다.

샘플링 · 임펄스 열과 곱한다

x(t)\sum_n \delta(t-nT) \;\longleftrightarrow\; \frac{1}{T}\sum_k X(f-kf_s)

임펄스 열의 스펙트럼도 임펄스 열이라, 복제본이 f_s 간격으로 무한히 생깁니다.

샘플링은 반송파가 무한히 많은 변조입니다. 그래서 복제본이 서로 겹치지 않을 조건도 같은 모양이 됩니다.
\text{AM}:\; f_c \ge 2 f_m \qquad\qquad \text{샘플링}:\; f_s \ge 2 f_{\max}

측파대 쪽에서 "절대 하한"으로 적어 둔 식이 곧 나이퀴스트 조건입니다. 겹치면 접히고, 접힌 뒤에는 원래 성분과 구분할 수 없다는 결론까지 같습니다.

가청 20 kHz가 44.1 kHz를 정했다

표본화 정리는 신호의 최고 주파수가 샘플링 속도를 정한다고 말합니다. 가청주파수 상한이 20 kHz이므로 이론상 40 kHz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CD는 44.1 kHz를 씁니다.

쓰임신호 대역샘플링 속도여유가 필요한 이유
전화 음성300–3400 Hz8 kHz3.4 kHz의 두 배에 전이대역 여유
광대역 음성50–7000 Hz16 kHz말소리의 고음까지 살린다
CD 오디오20 Hz–20 kHz44.1 kHz20 kHz와 22.05 kHz 사이가 필터의 전이대역
방송·영상 오디오20 Hz–20 kHz48 kHz여유를 더 두고 장비 사이 동기가 쉽다
FM 스테레오 복합신호0–53 kHz192 kHz 부근19 kHz 파일럿과 38 kHz 부반송파까지 담아야 한다

차이인 4.1 kHz는 안티에일리어싱 필터의 전이대역 몫입니다. 20 kHz에서 곧바로 신호를 차단하는 필터는 만들 수 없으므로, 신호가 충분히 감쇠할 주파수 구간을 남겨 둡니다. 포락선 검파기에서 10 : 1 여유를 두는 것과 같은 종류의 타협입니다.

필터는 샘플링 전에 걸어야 합니다. 한 번 접힌 성분은 디지털에서 아무리 처리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접히기 전에 아날로그 저역통과 필터로 잘라내야 합니다.

대역폭과 샘플링 속도·잡음·정보량

대역폭은 샘플링뿐 아니라 변조, 잡음, 정보량을 계산할 때도 쓰입니다. 신호가 차지하는 주파수 폭 B 는 아래 네 가지 계산에 공통으로 들어갑니다.

대역폭 B가 정하는 것관계이 저장소의 어디에
필요한 샘플링 속도f_s \ge 2B이 페이지
점유하는 스펙트럼FM은 B \approx 2(\Delta f + f_m)카슨의 법칙
들어오는 잡음 전력N = kTB열잡음. 대역을 좁히면 잡음이 준다
보낼 수 있는 정보량C = B\log_2(1 + S/N)FT8이 50 Hz 대역폭을 쓰는 이유

회로에서는 필터 대역폭을 정할 때 이 관계를 고려합니다. IF 필터는 원하는 FM 편이를 다 통과시킬 만큼 넓어야 하지만, 넓히는 만큼 잡음과 인접 채널도 함께 들어옵니다. 대역을 좁히면 잡음이 줄지만, 음성 성분을 충분히 통과시키려면 그만큼 넓혀야 합니다.

대역폭을 좁히면 잡음이 줄고 샘플링 속도와 저장 용량이 줄지만, 실을 수 있는 정보와 음질도 함께 줄어듭니다. 전화의 3.4 kHz와 FT8의 50 Hz도 각각의 용도에 맞춰 정한 대역폭입니다.

접힘을 도구로 쓰기: 언더샘플링

믹서와 샘플러가 같은 곱셈이라면, 접힘을 주파수 변환 수단으로 쓸 수 있습니다. 대역통과 신호는 중심 주파수가 높아도 폭이 좁으면 느린 샘플링으로 받아낼 수 있습니다.

f_{\text{보이는}} = \bigl|\,f_{\text{입력}} - f_s\cdot\mathrm{round}(f_{\text{입력}}/f_s)\,\bigr|

예를 들어 10.7 MHz IF 신호를 2.5 MHz로 샘플링하면 10.7 - 4\times2.5 = 0.7 MHz에 나타납니다. 믹서와 국부발진기 없이 주파수가 내려온 셈입니다. SDR 수신기가 IF를 직접 샘플링하는 방식이 이것입니다.

대신 앞단 필터가 더 중요해집니다. 언더샘플링에서는 여러 구간이 같은 자리로 접혀 오므로, 원하는 대역만 남기는 대역통과 필터가 없으면 다른 신호와 잡음까지 같은 자리에 겹칩니다. 이미지 주파수 문제와 성격이 같습니다.

I/Q로 받으면 절반이면 된다

실수 신호는 스펙트럼이 양·음 주파수에 대칭으로 있어서 대역폭의 두 배로 샘플링해야 합니다. 신호를 I와 Q 두 갈래의 복소 신호로 받으면 음의 주파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대역폭만큼만 샘플링해도 접히지 않습니다.

\text{실수 샘플링}:\; f_s \ge 2B \qquad\qquad \text{복소(I/Q) 샘플링}:\; f_s \ge B

SDR이 I/Q로 신호를 다루는 이유이고, 같은 대역폭을 절반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복조도 여기서 간단해집니다. FM의 순간 주파수는 위상의 시간 미분이므로, I/Q에서 \arctan(Q/I)로 위상을 구해 차분하면 판별기처럼 주파수 변화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리미터는 진폭을 1로 정규화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SIMULATOR

I/Q 평면의 회전과 위상 차분 FM 복조

회전 방향—
표본당 위상 변화—
복조한 평균 주파수—
표본화 속도는 48 kHz입니다. 주파수를 0을 지나 음수로 넘기면 점이 반대로 돕니다. 실수 신호 하나만 받으면 cos(+ωt)와 cos(−ωt)가 같아 이 둘을 구분할 수 없는데, Q 성분이 있으면 회전 방향으로 구분됩니다. 잡음을 키우면 진폭이 작은 순간에 위상이 크게 튀어 복조 출력에 뾰족한 잡음이 생기는데, FM 수신의 문턱 효과가 이렇게 나타납니다.

전압을 유한한 단계로 나누는 양자화

샘플링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신호를 읽고, 양자화는 읽은 전압을 유한한 단계의 숫자로 나타냅니다. 비트 수 N이 잡음 바닥을 정합니다.

\mathrm{SNR}\,[\mathrm{dB}] \approx 6.02N + 1.76

16비트면 약 98 dB입니다. 한 비트를 더하면 약 6 dB, 즉 전압으로 두 배의 여유가 생깁니다. 수신기에서는 이것이 강한 신호와 약한 신호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폭을 뜻합니다. 바로 옆 채널에 강한 방송이 있으면 ADC의 범위를 그 신호가 다 써버려 약한 신호가 묻힙니다. 앞단의 필터와 이득 배분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SIMULATOR

양자화 비트 수와 SNR

한 단계 크기 (±1 V 범위)—
이론 SNR (풀스케일)—
측정 SNR—
입력을 −30 dBFS 정도로 줄이고 비트 수를 4로 두면 오차가 신호를 따라 규칙적인 모양을 띱니다. 이 오차는 잡음이 아니라 고조파 왜곡으로 들립니다. 디더를 켜면 SNR은 조금 나빠지지만 오차가 신호와 무관한 잡음으로 바뀝니다. 입력을 1 dB 줄일 때마다 SNR도 1 dB씩 내려가는 것을 확인해 보세요. ADC의 범위를 다 쓰지 못하면 그만큼 비트를 버리는 셈입니다.

접히는 지점 보기

신호 주파수를 나이퀴스트 주파수(f_s/2) 위로 올리면, 실제로 기록되는 주파수가 아래로 접혀 내려옵니다.

회색 선은 f_s 간격으로 생기는 복제본, 점선은 나이퀴스트 주파수입니다.

파랑: 원래 신호 · 회색: 복제본 · 빨강: 기록되는 주파수.

44.1 kHz에서 20 kHz는 안전하지만 25 kHz는 19.1 kHz로 접혀 기록됩니다. 원래 없던 음이 생기는 것이고, 기록된 뒤에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용어

표본화 정리(sampling theorem): 대역이 B로 제한된 신호는 f_s \ge 2B로 표본화하면 원래 파형을 복원할 수 있다는 정리.

나이퀴스트 주파수: 샘플링 주파수의 절반. 이 위의 성분은 아래로 접힌다.

에일리어싱(aliasing): 접혀 내려온 성분이 원래 있던 성분과 구분되지 않는 현상. 측파대의 되접힘과 같은 원리다.

언더샘플링(대역통과 샘플링): 접힘을 이용해 높은 주파수의 좁은 대역 신호를 낮은 샘플링 속도로 받아내는 방법.

I/Q 신호: 동상 성분과 직교 성분 두 갈래로 표현한 복소 신호. 같은 대역폭을 절반의 샘플링 속도로 다룰 수 있다.

용어집의 신호·주파수 절 →

← 반송파와 변조 주파수의 관계 · 수신기의 신호 경로 →

확인 퀴즈

표본화 주파수 48 kHz로 30 kHz 사인파를 실수 표본화하면 몇 kHz로 보일까요?

나이퀴스트 주파수 24 kHz를 넘은 성분은 |f - f_s| = |30 - 48| = 18\ \mathrm{kHz}로 접혀 나타납니다.

ADC 비트 수를 12비트에서 16비트로 늘리면 이론적인 양자화 SNR은 얼마나 좋아지나요?

한 비트마다 약 6.02 dB이므로 4비트면 약 24 dB입니다.

대역폭 200 kHz인 신호를 I/Q 복소 표본화로 받을 때 필요한 최소 표본화 속도는?

복소 신호는 양·음 주파수가 독립이라 f_s \ge B면 됩니다. 실수 표본화라면 2B가 필요합니다.

I/Q 평면에서 표본점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표본마다 \pi/8씩 돌고, 표본화 속도는 48 kS/s입니다. 신호의 주파수(중심 기준)는?

f = \dfrac{\Delta\phi}{2\pi}\, f_s = \dfrac{1}{16} \times 48\ \mathrm{kHz} = 3\ \mathrm{kHz}입니다. 시계 방향이었다면 −3 kHz입니다.

CD가 44.1 kHz를 쓰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20 kHz × 2 = 40 kHz에 필터가 떨어질 여유를 더했고, 구체적인 값은 당시 비디오 녹화 장비의 형식에 맞춰 정해졌습니다. 본문의 44.1 kHz 절을 참고하세요.